모씨, 시작의 끝


익명 (匿名) [잉명] [명사] 이름을 숨김. 또는 숨긴 이름이나 그 대신 쓰는 이름. (출처 : 국립 국어원)

모씨를 시작하기 전, 우리가 생각하는 인터넷에서의 “익명”이란 늘 부정적인 단어의 표상이었습니다. 또한 “익명 기반의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생각 역시도 19금 내용으로 가득하거나 비하, 욕이 난무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면, 모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서비스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하루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고, 모씨들과 함께 모씨만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몇 번 말씀드린 바 있지만, 우리가 모씨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익명을 통한 진실의 공간” 입니다.

지금 모씨는 우리의 처음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위로해 주는 힐링 어플” 로, 그리고 누군가의 발언으로 취지와는 다른 “김치 만드는 어플” 로 불리기도 하며, 최근 갑작스런 인기와 그 안에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 때문에 “소설 어플” 이라는 오명을 얻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 지금의 불완전한 모씨가 있습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많은 모씨들과 함께 하면서 서비스는 하루에 한 번 1분 정도의 장애가 발생하고, 다양한 모씨들이 생김에 따라 좀 더 다른 기능을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계획을 잡아 하루라도 빨리 모씨들이 원하고 있는 모습으로 모씨를 만들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모씨만의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씨들 중 누군가는 모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있으며, 허용할 수 없는 범위의 목적(성적 만남, 과도한 만남 조장, 성적 발언, 비하, 비속어 등) 으로 모씨에서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모씨들의 신고로 빠르게 어딘가로 갑니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매일매일 수 백만장의 카드와 함께 쏟아져 나옵니다. 모씨들은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한 사람과의 대화를 하기도, 대한민국을 넘어 다양한 나라에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픈한 지 6개월여가 지난 2015년 5월 29일 오늘, 우리는 100만명의 모씨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씨들과 6개월여의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씨들이 없이는 모씨 역시 빈 껍데기일 뿐 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6개월여의 시간은 우리에게 놀라운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단지, “익명의 공간” 만 제공을 했을 뿐인데, 모씨 안에서 모씨들은 성별, 나이, 신분을 넘어 서로와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익명의 공간” 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씨에는 좋은 사람만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현실과 같이 좋은 사람이 더 많은 공간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모씨들과 함께 가고 있는 이 길은 좀 더 멋진 “익명의 진실한 공간” 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제가 존경하는 누군가의 말을 빌어,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그리고 끝의 시작도 아니다. 이것은 시작의 끝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