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씨의 새로운 국면.


세상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 라 퐁텐(1621 ~ 1695) :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시인 중 한 사람.

# 현상

2015년, 5월 중순부터 모씨들의 카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모씨의 카드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가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저희가 대략적으로 추정을 해 본 결과, 약 주당 5000만 정도의 유기적 도달율(Organic Reach)1 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수치는 대략 페이스북 이용자 당 1주에 5회 정도 노출이 되는 수치 입니다. 또한 “좋아요”, “댓글”, “공유” 를 많이 하는 10대 후반 ~ 20대 초반의 유저들을 고려한다면 노출 빈도는 이 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 합니다. 실제 모씨를 싫어하시는 사용자분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타임라인에 너무 많이 떠서…” 라는 답변이 인터뷰 결과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 했었습니다.

# 예상한 것

사실 모씨를 설계할 때, 카드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배포되기 쉬운 형태였기 때문에 모씨의 카드가 온라인에서 잘 퍼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그리고 이렇게 많은 양으로 배포가 될 것인지 저희 역시도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모씨에서는 익명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실명 기반의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글들과는 성격이 다른 글들이 많이 작성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간과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어디에 기록하나요?)

하지만, 모씨의 가장 큰 강점이면서 약점은 “익명” 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글이 누군가에게 노출된다 하더라도 “익명이라는 방패”가 글을 작성한 사람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 예상하지 못한 것

모씨에는 “인기있는” 리스트가 있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많은 익명 서비스들이 저희와 같은 인기있는 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인기있는” 리스트를 만들 때는 그렇게 큰 고민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비밀을 포함하여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고, 그리고 그 비밀을 남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 모씨의 첫 번째 가설이었고,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어떤 카드들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기있는” 리스트에 대한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씨는 카드 작성보다는 보는 것이 많을 것이다.’ 라는 것도 가설 중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그 가설은 틀렸지만.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정 시점부터 모씨의 글이 페이스북에서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하고, 모씨의 인기 있는 리스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조명이 되면서 몇몇 모씨들의 글을 중심으로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는 채로,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인기 리스트에 반영되는 방법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카드로 인해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몇 개의 카드를 샘플링한 결과, 더 많은 피드백을 위해 인기 리스트에 올라가기 위한 모씨들의 심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도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가속력을 얻듯이, 익명 서비스는 인기 리스트로 인해 특정 방향으로 가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즈음,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였으나, 매일 수백만장이 생성되는 카드를 관리하고 서비스 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른 모씨들은 서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자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7월 둘째 주 목요일부터 #시한부에 대한 카드 몇 장(5장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과 이주용씨의 모두의 씨X 만화가 급속하게 퍼지면서 모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결집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모씨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직, 간접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씨 헌터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지요. 개인적으로는 타 소셜미디어에서의 잦은 노출로 인해 네티즌들이 싫은 원인을 찾고 있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한부에 대한 카드와 이주용씨의 그림이 모씨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는지는 저희도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물론 저희가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몇 명(대략 5명 정도가)이 인기있는 리스트를 위해 집중적으로 작성을 했다는 것. 그리고 분명 누군가는 익명 속에서 남들이 보는 나 자신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익명 서비스는 몇 명으로 인해 “이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야.” 하고 쉽게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주용씨의 그림(모두의 씨X)이 작성될 당시에도, #시한부에 대한 카드를 집중적으로 배포하는 페이지 관리자들과도 연락을 해서 대화를 나누어 보았지만, 정확한 사실에 기반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려보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는 것이 답변이었습니다. (으악!!!!!)

모씨 팀원 중에는 10년을 넘게 IT 비즈니스에서 경력을 쌓았던 팀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 백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경험은 전무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표현도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모씨는 완벽한 익명이기 때문에 결국 카드의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씨의 소설, 소위 주작글이라고 하는 많은 글들 중 그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이 거짓으로 치부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물론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어서도 안 되겠죠.

# 그리고 몇 가지 생각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분석을 통해 몇 가지 제품의 개선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고민은 꽤 오래되기도 했습니다.

  1. 모씨의 인기 리스트와 새로 올라온 글, 일부의 답변 카드들로 인해 부분을 보고 전체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요 카드 리스트를 개선해야 한다.
  2. 모씨 유저들이 증가함에 따라 모씨들의 다양한 니즈를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있어야 하고 비슷한 관심사, 나이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관심있는 리스트를 적용하였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하였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데이터 분석과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이미 그렇게 진행이 되는 것도 있고,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약 3개월의 네티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면서 늘 새로운 서비스가 그렇듯,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리고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질문합니다.

“모씨가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특히 7월부터 최근까지의 시간은 우리에게 보다 더 치열하게 스스로에 대한 존재 의미를 물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이 실명 기반의 서비스에 기록을 했으면 욕을 먹을 만한 일을 익명의 모씨가 욕을 대신해서 얻고 있다는 생각에 한 편으로는 뿌듯했고,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정신 승리, 멘탈 갑이라고도 하겠지만요.^^)

잊지 마세요. 모씨는 완전한 익명이라는 것을. 어디에서도 남길 수 없는 당신의 이야기를 모씨에서 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익명은 쓰는 사람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가장 가벼운 공간일 수도, 가장 무거운 공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모씨에 대해 평가하시는 분들은 극과 극의 점수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늘 행복해 보이나요? 똑똑한 사람만 보이나요? 모씨에서는 왜 유독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그리고 모씨에는 왜 세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을까요? 힘든 사람들만 모씨에 오는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자신의 기록을 아무도 모르게 남기고 싶어할까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할까요?”

감사합니다.

MOCI 팀.

  1. 페이스북에서 사용하는 노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웹 사이트에서의 페이지 뷰(Page View)를 의미합니다. 1명이 하나의 화면을 보면 1페이지 뷰로 간주 됩니다.